HOME > ѵѸ > ī
MP철거난민 ܺīּ :
마이페이지의 철거로 인해 이 엄동설한에 당장 오갈데 없는 불쌍한 난민들의 임시 숙소 입니다.
 : byungtae100 : 2007-10-28 ī : 7

필리핀 여행기 ۼ : 2007-12-09
서명자(25) hit : 1699
회사에서 시책의 일환으로 시행되었던 해외여행의 티켓을 거머쥐던 날, 

나는 날짜를 카운트하며 기다림에 돌입했다. 

인터넷을 뒤져 내가 가게 될 필리핀의 날씨와 역사 등을 읽어 보며 이국에서의 

며칠을 상상했다.

상상하는 동안 행복했던 것을 생각하면 여행은 출발하는 시점부터가 아니라 

기다리는 순간부터라는 생각이다. 실적을 한 단계 올리기 위한 당근으로 주어진 

해외 여행은 달콤한 유혹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걷는 내게 달리게 하는 

효과를 주었다.

 

가망 고객을 발굴해야 하고 새로운 오더를 창출해야 하는 매일이 숨이 찼다. 그런 

고단함 뒤에 예정된 휴식이 나를 기다려 준다는 일은 참으로 행복한 선물이었다.

예정된 날, 저녁 비행기가 3시간 연착이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며 다소 맥이 빠졌으나 

호사다마라고 하던가, 좋은 일에는 약간의 삼가는 마음이 있어야 하기에 

그럴 수도 있다는 여유마저 생겼다. 

 

필리핀에 도착하니 새벽, 비행기안에서 날짜 변경을 맞아 출국은 

3월 15일, 필리핀 입국은 3월 16일이 되었다. 

필리핀은 관광지가 아니라 휴양지다. 

무언가를 보고 듣고 하는 것보다 일상에 지친 심신을 뉘여 쉬게 한다는 데 

의미가 있는 곳이다. 

70명으로 구성된 여행객 중에 남자는 다섯 명, 나머지는 모두 여자다. 

필리핀에서 인정하고 있다는 제 3의 성 게이는 우리 중에는 아직 없다. 

사진에서나 보던 열대 지방의 뜨거운 바닷가에서 통으로 익힌 바비큐와 

맥주로 식사를 하며 바라본 바다는 쳐다 볼 수가 없을 정도로 강렬했다. 태양빛이 

바다 표면에 반사되어 눈을 쏜다. 

나는 눈을 감았다. 감은 눈으로도 나는 바다를 느낄 수 있었다.

주위의 웅성거리는 소리와 뜨거운 열로 인해 다소 들떠 있던 내 마음에 불이 

지펴졌으니.. 그 때의 내게 바다는 단 하나의 출구였다. 나는 바다로 뛰어 들었다.

 

이튿날, 팍상한 폭포를 구경하기 위해 보트를 탔다. 급류타기를 한다는 말에 

보트를 타며 다소 설레는 내게 원주민 사공의 남루한 셔츠는 슬픔으로 다가왔다. 

앞 뒤의 원주민 사공은 튼튼한 다리로 좁디 좁은 물길을 거의 보트를 들어 나르는 

수준으로 잘도 젓는다. 즐기는 관광이라고 하지만 너무도 고되게 일하는 그들을 

보며 마음 한 쪽이 편치 않았다. 

 

관광지가 다소 치장을 하고 사람의 손을 타는 것은 손님 접대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그러나 버스를 이용해 이동하는 나의 눈에 보이는 것은 화장하지 

않은 필리핀의 모습이었다.

건기와 우기로 나누어져 있지만 거의 비슷한 기후로 일년을 사는 그들은 바깥에 

나와 있는 시간이 많아 보였다. 나는 많은 사람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일하며 때로 쉬면서 길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우리처럼 관광객이 탄 

차량이 지나가면 손을 흔들었다. 그들의 시선은 상대방을 향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했다. 그들의 손짓은 곧, 상대를 인정하고 먼저 말을 거는 

의식으로 받아 들여졌다. 

 

우리가 각자 가진 물질에 집착하고 자기만을 위할 때 우리의 시선은 사람을 바라보지 않았다. 국민 소득이 높아 지고 예쁜 옷에 좋은 음식을 먹게 되었지만 마음은 예전보다 평화롭지 못하다. 이미 넘칠 만큼 소유하고 있는데도 더 가지기 위해 싸운다. 그러나 필리핀 사람들은 행복지수가 높은 민족이라고 했다. 낮에 노를 젓던 사공의 셔츠를 가여워하던 내가 부끄럽다. 

행복이 물질을 더 소유하는데 있지 않음을 깨닫게 했다.

 

밤에는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두 분의 방문을 받고 호텔 라운지로 나갔다. 그러나 마닐라 치안을 염려하던 가이드의 말을 기억해 바깥으로는 나가지 못하고 호텔 내에 있는 카페에서 간단하게 맥주를 했다. 한 분이 말씀하셨다. “서명자씨와 한 사무실에 근무하게 되었을 때 나는 여러모로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명자씨와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기회를 보다 에이, 말아라 했어요. 눈이 마주쳐야 얘기를 하지! 그런데 오늘 이렇게 얘기를 하니 참 좋다!” 하신다. 나는 오늘 낮에 우리에게 손을 흔들던 필리핀 사람들을 떠 올렸다.

한 사무실에 근무하면서도 나의 부족한 대인 관계로 인해 곁에 동료를 두지 못했던 1년의 세월을 보상이라도 하듯 마음까지 맞춘 화합의 시간이었다. 

사람과 가까워지기 위해서 첫째, 밥을 같이 먹고 둘째, 목욕을 같이 하고, 셋째 잠을 같이 자라고 하는데 이 세가지를 한번에 충족시키는 일이 곧 여행이었다.

 

건강한 여행은 반복되는 일상에 신선한 바람을 주는 일이다. 그 힘으로 매일 마주하는 고단함을 떨치고 새로운 힘을 받아 벌떡 일어 설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일상에 복귀하여 더욱 열심히 일할 것이다. 

그리고 아름다운 일탈을 꿈꿀 것이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۴ޱ
여우(28) 2007-12-18
필리핀은 따뜻하겠쥬?
땟목이나 맹글어 거그로나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