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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성 ܺīּ :
주문을 외워보자~ 살고 싶다 콩나물!
 : j7679 : 2005-03-21 ī : 5

VISION ۼ : 2005-07-15
hit : 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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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 future plan, idea..뭐, 이런 단어들의 의미와 맥을 같이하는 다른 이름이 '비전'이 아닐까요?

오늘 갑자기 이 단어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군요.
딱히 이렇다 할 계기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왜일까? 스스로 의구심이 들면서도 그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기를 포기하고, 생각이 꼬리를 물고 퍼져나가기 시작합니다.

얼마 전, 우리 모임(언젠가-'여행에 대한 소고'를 쓰면서-언급한 적이 있지요?)에 신입회원이 가입을 하면서 간간이 올리는 글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경북 봉화군 축서사란 사찰에 기거하면서 사보를 편집하는 분인데,
산사에서 느끼는 여러 가지 생각과 깨달음을 신새벽 목탁소리처럼 잔잔하게 들려주고 있지요.

그분이 들려준 이야기 중 언뜻 떠오르는 말:
"감사의 에너지는 현실 속에 감사의 대상물을 창조해 낸다... 
밥에 감사하면 지구에 식량이 그만큼 늘어날 수 있다"... 

이 말 뜻은:

"행복하고 싶다면 지금 가진 행복에 감사하면 더 행복해진다. 새 차가 필요하다면 지금 가진 차나 교통수단에 감사하면 새 차를 가질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이런 의미래요.

저는 그래도 밥에 감사하며 음식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먹으려 애쓰는 편이라 덕분에 지구에 식량이 늘었나.. 하고 자부심 한자락 느끼게 해준 대목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요컨대, "행복하고 싶다면 지금 가진 행복에 감사하면 더 행복해진다"는 대목이 당연한 듯 여겨지면서도 평소에 잘 깨닫지 못하고 사는 진리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비전 얘기를 꺼내놓고 웬 삼천포냐구요?
모든 이야기는 모로 가도 서울로 가게 돼 있으니 조금만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주세용~

그분 얘기 가운데 또 하나 뜨끔한 대목은 "목표를 좀 낮추어 잡으라고요? 그럴 수는 없습니다. 저는 목표는 무조건 높게 잡고 보자는 주의입니다. 가장 존경할 만한 사람, 가장 덕 높은 큰스님을 모델로 잡고 벤치마킹하는 것…그것이 제 삶을 성장시키는 가장 중요한 방법 중의 하나입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타산지석이라고, 그 글을 눈으로 읽어 내려가며 '그동안 나는 목표를 어디에 두고 살아왔는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딱히 목표를 정해두지 않고 산 지 십 년쯤 되었다는 자각이 들었습니다! 자그마치 십 년을...!!!
아주 속물적인 목표라도, 아주 원대한 목표라도 말이지요. 
 
언제쯤 결혼해서 아이를 몇 쯤 낳고, 차도 사고 집도 장만하고, 아이들 잘 키우고 노후대책 세우고...그런 소소한 목표들을 정해놓고서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빈틈없이 꾸려나가는 거겠지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영화 <양철북>의 더 이상 자라지 않는 아이처럼 '나'를 성장시키지 않은 채 하루하루를 살아온 제가, 제 모습이 이제야 거울에 비치는 겁니다.
결코 게으르게 산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남에게 아쉬운 소리 안 하고도 살아왔는데...

언젠가 대학 선배 언니가 "욕심을 좀 부려봐라, 아주 작은 것부터라도 말야.  가진 게 있어야 베풀 게 아냐?!" 하고 말해준 적이 있습니다.

욕심을 부려 갖지 않은 것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아직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그저 할 일이 있음에 감사하고, 빚 안 지고, 남 해코지 안 하고 살면 되는 거 아닌가?  
재테크를 잘해야 하나? 잔머리를 좀 굴려야 하나? 그도 저도 아니라면 심지어 돈 많은 남자를 꼬시기라도 해야 하나?
그런 재주 있음 벌써 부자 됐겠지요..^^

이쯤에서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 있겠네요
저는 지금 제가 욕심이 없고, 남 속일 줄 모르며, 순진무구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게 아니랍니다.
오히려 그렇게 보일 수 있는 여러 가지 면들을 반성해보는 시간을 갖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작년에 저희 35기가 졸업 20주년을 맞아 졸업 후 처음 만나는 많은 친구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반가움은 물론이고 많이들 변한 모습에 새삼 놀랍기도 했지만, 그런 감정의 뒤편에 우뚝 서서 제자리걸음을 해온 듯한 나 자신의 모습을 깨닫곤 한동안 우울증에 시달린 것도 사실이니까요.

대부분 결혼해서 아이 한둘쯤 낳고 편안한 얼굴로 나타난 친구들...그에 비해 나는 어떤가?

서른 초반에 늦은 결혼을 했지만, '앗! 뜨거!!" 하며 결혼 직후 포기해버린, 그 후 죽어라 일만 하고 살아온 십 년...
그렇다고 나름 성공한 인생이라고 자부할 수도 없는 어정쩡한 사회적 위치...살림살이에 다소 지친 듯 보이는 친구들은 아직도 내 일을 가지고 사는 제 겉모습을 보고 부러워라 했지만 저는 씁쓸하게 웃기만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는 하지만, 결혼이 다가 아니라고 스스로 위로해왔지만, 그 순간만큼은 400미터 계주에서 다음 주자에게 바통을 넘겨주지 못하고 나동그라진 선수처럼 심한 패배감에 치가 떨렸습니다.

그런 생각도 잠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제자리로 돌아와 또다시 '목표 없는' 생활에 젖어들어가게 되더군요^^;;

그래, 정해지지 않는 목표를 억지로 정할 순 없다!
나태하게 살지는 않잖아, 적어도?

그러다 최근 "그래도 비전이라는 거, 목표라는 거 하나쯤 가지는 것도 좋겠지.." 하는 생각이 또다시 고개를 쳐들기 시작한 겁니다.

음, 뭐가 좋을까...대통령이 되고 싶어 할까? 아님 현모양처?
마치 초등학생처럼 유치하기 짝이없는 발상만 난무하는군요

솔직히, 아직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았습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진짜루 '비전' 하나 만들어볼랍니다

* 사진은 지난 6월 30일에 모임 사람들과 소록도 가는 배 위에서 짝은 겁니다.
왼쪽에서 두 번째, 모자랑 선글라스 쓴 애가 저예요.
밥을 안 남기고 다 먹는 습관이 있어서 살집이 좀 남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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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 여 2005-07-18
'유이카와 케이'의 <MARRIAGE BLUE>를 읽으셨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