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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동문회 ܺīּ :
재인동문회에는 인천 부천 김포 강화 시흥지역에 거주하거나 직장을 다니는 동문의 모임입니다.
 : leebbk : 2007-10-05 ī : 18

집 팔아서 장모 암 수술해준 사위 ۼ : 2014-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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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동네에 5년전 영감이 죽고 혼자 사는 79세의 할매가 있습니다. 아들이 둘이고 딸도 둘이지만, 누구와도 같이 살지 않고 혼자 삽니다. 네명 모두 서울 살지만 막내딸만 자주 보이고 다른 자식들은 얼굴도 아슴거릴 정도입니다. 영감은 보증을 잘 못서서 집을 팔아 빚 갚고, 바로 그집 방 한칸에 전세로 눌러 앉아 살았습니다. 영감은 그런 자기 신세에 화병을 얻어 죽었습니다. 그 동안 할매는 소일 삼아 폐지도 줍고, 남의 허드랫 일도 하며 살았습니다. 여러 자식이 있지만 막내딸만 오가면서 먹거리나 용돈을 주는 것 같더군요. 막내딸은 우리가 보기에도 효녀입니다. 덩달아 사위도 효자사위 입니다. 소문에 둘째 아들은 영등포에 큰 아파트도 있고 무슨 체인점을 세개나 가지고 택택하게 살지만, 명절 때나 고급차 타고 삐끔 들를 뿐이지, 평소엔 할매에게 별로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습니다. 다른 자식들은 저 살기도 빠듯해서 할매를 돌 볼 처지는 아닌 것 같더군요. 지난 봄 그 할매에게 대장암이란 진단이 나왔답니다. 아주 심한 것은 아니지만 내시경 수술로는 안 되고, 개복하여 수술하면 좋아질 수도 있는... 어중간한 병증인 모양입니다. 할매의 나이가 있으니 담당 의사도 강력히 수술을 권유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안해도 괜찮다는 말도 안하는 모양입니다. 그 소식을 듣고 우리는 돈도 돈이지만, 나이가 많으니 그냥 먹고 싶은거 먹으며 주어진 명대로 살다 가시겠지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할매는 그게 아닌 모양이더군요. 사실 요즘 추세에 여자노인이 79세에 죽는다면, 자식들이 아쉬워 할 나이지요. 요즘은 88세에 죽어도, 문상가면 호상이란 소리를 상주 눈치보며 말해야 합니다. 노인들, 특히 여자노인들의 수명이 그만큼 길어진 겁니다. 어찌됐든 할매는 수술을 받아서 더 살고 싶다는 속내를 막내딸에게 말했답니다. 막내딸과 사위에 대해서는 할매가 하도 자랑을 해서 우리동네 할매들은 물론이고 할배들인 우리도 아내에게 들어서 그들의 사정을 꿰듯이 압니다. 막내 사위는 중학생 때 양친을 잃고 삼촌 손에 자란, 천애 고아나 마찬가지 입니다. 사위는 사람이 성실해서 직원 열명 내외의 소규모 싱크대 공장의 책임자로 일합니다. 딸도 무슨 공장에 다니며 억척스럽게 돈을 벌지요. 두 부부는 작년여름 회룡역 근처에 24평 빌라를 융자 없이 사서 살고있니다. 요즘 세상에 도와주는 사람 하나 없이 순전히 맨손으로 일어나 그 정도로 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집 사고 아이 둘을 키우자니 모아놓은 돈이 있을리 없지요. 그런데 사위가, 장모님이 수술하고 싶어 한다는 말을 전해 듣고는... 나이 40 되도록 손톱여물 썰어가며 아끼고 아껴서 1년전에 마련한 빌라를 팔았습니다. 그리고 자기는 다른 빌라를 전세 얻어 이사 가고, 남은 돈으로 장모님을 수술시켰습니다. 우리동네 늙은이들이 그 얘기를 듣고 감동했습니다. 나이 40 먹도록 죽어라 아껴서 장만한 집을, 친부모도 아닌 솔직히 수명이 몇 년 안 남은 79세의 장모님을 수술시키려고 판다는게 쉬운 일이겠습니까? 늙은이들은 이런 일에는 자기일처럼 기뻐하고, 상상외로 심하게 감동합니다. 솔직히 늙은이들뿐만 아니라 젊은이들도 감동하고 놀랄만한 일입니다. 자식에게 극진한 효도를 받는다고 자부하는 나도 엄청 놀랬습니다. 아무리 요즘은 딸이 대세라 하지만, 그런 사위는 드물지요. 추석전에 퇴원하여 그 막내 딸내집에 머물던 할매가, 단칸방인 자기 집으로 간다고 우겨서 내일 온다는데, 우리 모두 가서 위로해 주기로 했습니다. 물론 할매도 문병 하겠지만, 특히 착한 사위를 위로하며 칭찬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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